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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원자폭탄 원리

by 땅뚱 2012. 10. 11.

 

 

대통령을 위한 물리학 이라는 책을 읽다가 핵무기와 관련한 부분이 나와서 나름 흥미가 있어서 정리해서 올려본다.

사용된 사진중 특별히 출처를 밝히지 않은 사진은 모두 wikipedia.org 에서 얻어온 것이다.

 

1. 우라늄 폭탄

   히로시마에 투하된 폭탄에서 발생한 버섯구름

 

우라늄 폭탄의 원리는 원자핵이 분열되면서 생성되는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이용하는 것이다. 우라늄 원자핵을 쪼개기위해서는 중성자로 원자핵을 때려주면 된다. 그러면 마치 세포가 분열하듯이 핵이 분열된다. 이러한 핵분열이 일어나면 2개의 핵조각과 2개의 중성자가 튀어나오게 된다. 분열된 조각은 엄청난 양의 운동에너지를 가지게 되는데, 이 운동에너지가 열에너지로 전환되어 주변 물질을 기화시키며 폭발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 기본적인 우라늄 폭탄의 원리이다.

핵분열이 일어나면서 튀어나온 중성자가 옆에 있는 원자핵을 때리면 위와 같은 핵분열이 다시 일어나게 된다. 그럼 처음에 2개의 중성자가 튀어나온 것이 다음 단계에서는 4개, 다음단계에서는 8개등 2의 제곱승으로 핵분열 수가 증가한다. 이러한 과정을 연쇄반응이라고 하고, 이러한 연쇄반응은 매우 짧은 시간에 이루어진다.(백만분의 1초)

         

Fission chain reaction of uranium, which splits into krypton ...

 

출처 : https://www.researchgate.net/figure/Fission-chain-reaction-of-uranium-which-splits-into-krypton-barium-and-three-separate_fig5_290490309

 

이러한 연쇄반응이 81번 일어나면 총 2 X 10^24 개의 중성자가 튀어나오게 되는데, 이것이 히로시마에서 분열된 원자핵의 개수와 같다고 한다. 히로시마에서 투하된 폭탄은 실제 원료의 2%만이 분열되어 흩어졌다고 하는데, 만일 연쇄반응이 한번더 일어났다고 가정하면 방출된 에너지의 양이 기존보다 2배쯤 더 많아졌을 것이다. 2%만이 분열되어 흩어진 이유는 더 많은 반응이 일어나기 전에 이미 분열된 핵 에너지에 의해서 폭탄이 폭발해버려서 분열할 핵이 사라져버린 탓이다.

또한 중성자가 원자핵을 때려야 핵분열이 일어나는데, 원자의 세계에서 보면 매우 많은 부분을 전자가 차지하고 있고, 원자핵은 매우 작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중성자가 원자핵을 때릴 확률이 매우 적다. 따라서 중성자가 원자핵을 때리기 쉽게하기 위해서는 원자핵을 오밀조밀하게 많이 모아놓아야 한다. 책에서는 두껍게 만들어 놓아야 한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나무가 한그루 있는 곳에 총을 쏴서 맞추는 것보다 나무가 무성한 숲을 향해 총을 쏘는 것이 나무에 맞을 확률이 높다는 이치와 같다.

이렇게 중성자가 어떻게든 원자핵과 충돌할 정도의 우라늄 양을 임계질량이라고 부르는데, 2차세계대전 당시 미국 로스앨러모스의 맨해튼 프로젝트에서 최초 측정했던 임계질량은  우라늄 200kg 이었다. 우라늄-235 는 매우 얻기 힘든 물질이었기 때문에, 전쟁내내 모아도 200kg 만큼 농축이 불가능하였다. 

 

  

 닐스보어(왼쪽)와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오른쪽)

 

2차 세계 대전 당시에 유명한 물리학자 중에 덴마크의 닐스 보어와 독일의 베르너 하이젠베르크가 있었다. 둘은 서로 친분이 있었는데,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본국이 독일에 침략당하자 보어는 미국으로 건너와 로스 앨러모스에서 핵무기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다. 하이젠베르크는 독일에 남아서 독자적으로 핵개발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일본에서도 핵무기 개발을 시도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2차 세계대전 직후 일본의 물리학자(도모나가 신이치로)가 QED(양자전기역학-Quantum Electrodynamics) 분야의 논문을 제출했을 뿐아니라 로스 앨러모스에서 핵무기 개발에 참여했던 리처드 파인만과 함께 1965년에 QED 분야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점으로 미루어 일본에서도 핵 물리학에 대한 연구 개발이 세계대전 당시 매우 활발이 이루어졌음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시사저널 기사 참고 --> 시사저널기사가 삭제되어 블로그 대체함)

이야기가 잠시 다른 쪽으로 흘렀는데, 중요한 내용은 당시 세계대전 참가국들이 모두 핵무기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먼저 개발하는 쪽이 전쟁에서 매우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것은 뻔한 일이었다. 그러나 독일, 일본은 핵무기 개발에 실패했는데,(물론 실패라기 보다는 미국보다 늦은 것일 수도 있다.) 그 이유중에 하나가 200kg 이라는 임계질량이 너무 컸기 때문일 것으로 미국 물리학자들은 판단하고 있다.

그럼 미국은 어떻게 임계질량을 만족하도록 하였을까? 히로시마에 떨어진 우라늄 폭탄은 총 36kg 이었다고 하니 추정한 임계질량과 너무 큰 차이가 있다. 미국 물리학자들은 임계질량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중성자를 반사하는 물질로 우라늄을 감싸는 방법을 고안해내었다. 이러한 물질을 탬퍼라고 부르는데, 이러한 탬퍼로 우라늄을 감싸는 방식으로 임계질량을 15kg 까지 줄였다. 어떻게 보면 매우 간단한 아이디어 아닌가??

우라늄 폭탄의 원료는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라늄 폭탄의 원료를 어떻게 얻어내는 것인지 알아보자. 우라늄 폭탄에 사용되는 우라늄은 우라늄-235 라는 원소이다.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천연 우라늄은 우라늄-238 99.3%, 우라늄-235 0.7% 로 이루어져 있다. 우라늄-238은 중성자를 흡수하거나, 때때로 플루토늄으로 변하는데, 이런 과정에서 중성자를 추가적으로 방출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연쇄반응을 방해한다. 따라서 폭탄제조에 사용할 수 없다. 또한 우라늄-235 와 우라늄-238은 화학적으로 동일하기 때문에 구분하기 어렵다. 다만 둘간에 무게가 약 1.3% 정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이를 이용하여 천연 우라늄에서 우라늄-235 추출해내어야 한다. 이렇게 우라늄-235 를 추출해 내는 과정을 우라늄 농축이라고 한다. 추출해내어서 우라늄-235가 100%에 가까워지면 비로소 폭탄의 원료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우라늄 농축기술은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 2차세계대전이후로 기술이 발전하여 현재는 원심분리기를 사용하여 우라늄을 농축한다. 우라늄 농축기술은 매우 어려워서 우라늄을 폭탄의 원료로 만들어내기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일단 원료를 얻어내게 되면 폭탄을 제조하기는 쉽다. 파키스탄에서도 원심분리기를 이용한 우라늄 농축을 성공하는데, 파키스탄을 통하여 북한, 리비아등 개발도상국으로 그 기술이 전파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렇듯 우라늄 폭탄은 원료를 얻어내기는 어렵지만, 우선 원료를 얻어내게 되면 폭탄을 제조하기는 쉽다. 히로시마에 떨어진 폭탄은 한번도 실험을 해본 적이 없다. 히로시마에서 최초로 실험을 한 것이 된 셈이다. 하지만 물리학자들은 폭탄이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만큼 폭탄 제조 방법이 간단했기 때문이다. 또한 실험을 하지 못한 이유는 우라늄-235를 실험하고 나면 실전에 사용할 우라늄-235 가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그럼 간단하게 폭발하는 원리를 알아보자. 임계질량의 농축된 우라늄이 모여있으면 중성자가 원자핵을 때리면서 연쇄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에, 폭발지점까지는 우라늄을 분리해놓아야 한다. 폭발지점에 이르면 재래식 폭약이 폭발하면서 우라늄을 밀어내고 반대편에 있던 또다른 우라늄 원료와 합해지면서 비로소 임계질량을 넘어서면서 연쇄반응으로 인한 핵분열이 일어나도록 하는 구조이다.

 우라늄 폭탄의 기본 구조

출처 : http://ko.wikipedia.org/wiki/%EB%A7%A8%ED%95%B4%ED%8A%BC_%EA%B3%84%ED%9A%8D

 

2. 플루토늄 폭탄

플루토늄은 폭탄의 원료가 우라늄-235 에서 플루토늄-239 로 바뀔뿐 기본적인 원리에서는 우라늄 폭탄과 동일하다. 다만 연쇄반응이 우라늄보다 빨리 일어난다. 핵분열시 방출되는 중성자 개수가 우라늄보다 많기 때문이다. 우라늄 폭탄의 경우 81번이라고 한다면 플루토늄 폭탄의 경우 51번만 분열하면 동일한 에너지를 방출하게 된다. 그에 따라서 임계질량도 작아서 약 6kg 의 플루토늄이면 충분히 폭탄을 제조할 수 있는 양이 된다.

플루토늄은 자연에서 존재하지는 않지만, 우라늄-235를 얻어내는 방법보다 훨씬 쉬운 방법으로 얻을 수 있다. 핵분열의 연쇄반응 속도를 조절해서 사용하는 것이 원자력 발전소인데, 이 원자력 발전소에서는 농축된 우라늄이 아닌 저밀도의 우라늄(우라늄-235 함유율 3%) 또는 천연우라늄을 사용한다. 이러한 우라늄에는 우라늄-238 물질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 물질은 중성자와 만나면 중성자를 흡수하여 우라늄-239 라는 물질로 변한다(숫자는 중성자와 양성자의 수의 합을 나타낸다) 우라늄-239 는 반감기인 23분 후에 방사성 붕괴를 거쳐서 넵투늄 이라는 물질로 변하고, 넵투늄은 2.3일의 반감기를 거쳐서 플루토늄-239 로 변한다.

즉 원자력 발전소의 원자로에 투입된 우라늄-238은 꾸준히 플루토늄-239로 변한다. 물론 그 변하는 양이 매우 적어서 핵분열에 사용된 우라늄-235 가 소진되면, 연료봉을 교체해주어야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다 쓴 연료봉을 꺼내어보면 그 안에 플루토늄이 섞여 있는데, 다른 불순물을 제거하고 플루토늄만 분리해내는 작업을 재처리 라고 부른다.

이렇게 재처리 작업을 통하여 분리해놓은 플루토늄은 플루토늄-240 이라는 불순물을 가지고 있는데, 이 물질은 자발적으로 분열을 일으면서 무작위로 중성자를 방출한다. 이러한 중성자 방출은 오히려 핵분열에 도움을 주지못한다. 많은 중성자 방출이 플루토늄 조각들이 뭉쳐져서 임계질량에 이르기 전에 폭탄을 조기에 폭발시켜버려서 위력이 줄어들게 된다.

이렇게 플루토늄은 원료를 얻는 것은 우라늄에 비해 쉽지만 폭탄을 제조하기는 우라늄보다 어렵다. 미국 로스 앨러모스에서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가했던 과학자들도 처음에 플루토늄 폭탄이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다가 혁신적인 해결책이 등장했는데, 그 해결책이 바로 내폭이다.

 플루토늄 폭탄의 기본 구조

위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플루토늄을 우라늄처럼 분리하지 않고, 플루토늄을 껍질형태로 만들고 폭약으로 둘러싼다. 이후에 폭발지점에 도달하면 폭약이 폭발하게 되고, 그 영향으로 플루토늄 껍질이 안쪽으로 압축하되어 작고 밀도가 높은 덩어리가 된다. 이 상황이 되면 중성자가 원자핵을 때리게 될 확률이 높아지게 되면서, 조기에 폭발하는 현상이 발생하지 않고 정상적인 연쇄반응이 일어나게 된다.

그러나 외부 폭약에 의해 압축되는 힘이 골고루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기술이다. 또한 보통 폭약은 폭발이 특정 지점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특정 지점에서 발생한 폭발을 전체 원형의 구에 동일한 충격으로 전달하는 기술이 매우 어렵다. 따라서 플루토늄을 사용한 폭탄을 제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3. 수소 폭탄

수소폭탄은 앞의 두 폭탄에서 사용된 핵분열과는 달리 핵분열과 핵융합을 모두 사용한다. 즉 2단계로 폭탄이 작동하는데, 첫번째는 우라늄/플루토늄을 사용하여 핵분열을 일으키고, 이 단계에서 나오는 열을 사용하여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핵융합을 일으키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핵융합을 일으키면 헬륨으로 변하는데 이때, 핵분열로 방출하는 에너지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를 방출한다. 수소폭탄 제조가 어려운 이유는 1차 핵분열로 인하여 폭탄이 분해되기 이전에 핵융합이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또한 매우 어려운 일이어서 한동안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다.

최근까지 기밀로 되어 있었던 이 아이디어는, 플루토늄이 핵분열을 일으킬 때, 막대한 양의 엑스선도 함께 방출하는데, 이 엑스선을 우라늄으로 만든 두꺼운 벽으로 반사시켜 수소를 압축, 점화시켜 핵융합이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다. 엑스선의 진행은 빛의 속도로 일어나기 때문에, 핵분열로 인한 폭발보다 빠르게 수소에 도달하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소폭탄의 무서움중 하나는 낙진이다. 이는 엑스선을 반사시키기위해 사용된 우라늄-238이 만들어내는 것인데, 핵융합이 발생할 때도 엄청난 에너지를 가진 중성자가 튀어나온다. 이렇게 방출된 중성자가 우라늄-238 과 만나서 핵분열을 일으키면서 엄청난 수의 핵분열 파편을 만들어낸다. 이것이 바로 낙진이다.

수소폭탄의 경우 보통은 폭발에 의한 사망자보다 낙진에 의한 사망자가 많다.

참고로 중성자 폭탄은 수소 폭탄과 유사하게 핵융합에서 발생하는 고에너지의 중성자를 이용한 것으로, 고에너지의 중성자는 많이 방출되도록 하고, 그외 에너지 및 방사능 부산물은 적게 만든 폭탄이다. 고에너지의 중성자는 방사선병을 유발시켜 인명 살상이 가능하지만, 에너지 및 기타 방사능은 적기 때문에 건물에 피해를 입히지는 않는다. 이러한 중성자 폭탄은 우방국에 적국이 침략했을 때, 우방국의 영토를 보전해주기 위해서 만든 것이라고 한다.

 

여기까지가 책을 읽다가 재미있어서 나름대로 정리해본 내용이다. 나에게는 핵무기 원리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내용이었지만, 이러한 무기들이 다시 사용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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